전시정보




《사라짐 사이의 빛 | Translucent: The Wilderness》 김지우 개인전 2026. 9. 6.–9. 15. 10:00–18:00 (KST) AITHER 범일가옥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로65번길 21 아이테르 우리는 어떤 풍경이 사라진 뒤에야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오래된 골목, 낡은 대문, 사람이 떠난 집,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물건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지만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김지우는 이처럼 소멸을 앞둔 풍경을 바라보며, 아직 존재하고 있으면서 이미 부재하기 시작한 것들의 시간을 그린다. 김지우의 회화는 걷는 일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도시와 동네를 걸으며 우연히 마주친 장면을 사진으로 수집한다. 그러나 화면에 옮겨지는 것은 장소의 전체 모습보다 기억 속에 남은 파편에 가깝다. 건물의 모서리, 어두운 계단, 쌓여 있는 사물, 빛이 닿은 벽과 같은 부분들이 원래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장소는 점차 이름을 잃고, 누구에게나 낯설면서 어딘가 익숙한 기억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작가에게 이러한 풍경은 시간의 유한성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풍화되는 건물과 비어가는 골목에는 사람이 떠난 자리와 사물이 사용되었던 시간, 언젠가 소멸할 존재에 대한 예감이 함께 축적되어 있다. 김지우가 말하는 ‘사라짐’은 하나의 사건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상태에 가깝다. 존재는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흐려지고, 멀어지고, 기억의 형태로 남는다. 최근 작업에서 넓게 노출된 리넨의 표면은 ‘광야’로 확장된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듯한 화면의 여백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불확정적인 장소이며,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와 마주하는 침묵의 공간이다. 그 위로 등장하는 구름과 자개, 글리터의 빛은 고정된 형상을 갖지 않는다. 관람자의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다른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는 이 움직임 속에서 계속 흔들린다. 《사라짐 사이의 빛》에서 빛은 사라짐에 맞서는 영원한 해답이라기보다, 아직 무엇인가 남아 있음을 잠시 감지하게 하는 징후에 가깝다. 낡은 풍경 사이에서 반짝이는 작은 조각들은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가 전부가 아닐 가능성을 열어 둔다. 범일가옥의 오래된 방과 복도, 창을 통과하는 자연광 속에서 김지우의 작품은 다시 하나의 시간과 만난다. 관람객은 작품 앞을 이동하며 반짝임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순간을 발견한다. 그렇게 전시는 이미 사라진 것, 지금 사라지고 있는 것, 언젠가 사라질 것 사이를 천천히 걷게 한다. 사라짐은 언제나 어둠의 형태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 사라지는 것의 가장자리에는 빛이 남는다. 김지우는 그 희미한 빛을 따라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애도하며,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사라짐 사이의 빛》은 그 질문이 머무는 하나의 광야다. *출처 및 제공: 김지우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