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빛이 머무는 자리 Where Light Lingers 글 작가 임다인 이번 개인전 《Where Light Lingers》는 오랜 기억 속 공간으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작업은 오랫동안 '안식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창문과 틈, 실내와 실외가 맞닿는 경계의 풍경은 그 안에서 발견되는 심리적 안식과 감각의 경험을 탐구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관심의 근원에는 어린 시절 여름방학마다 머물렀던 시골 외갓집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외갓집은 따뜻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볕이 가득한 앞마당과 대나무숲이 둘러싼 그늘진 뒷마당,밝음과 어둠, 개방과 은폐가 교차하는 그 장소를 탐험하며 나는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을 배워갔다. 그곳에서 경험한 공간의 온도와 빛의 변화는 이후 작업 전반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안식처에 대한 사유로 확장되었다. 올해 초 오랫동안 비어 있던 외갓집은 철거되었다. 대나무숲과 아궁이, 외양간과 과수원이 사라지고 빈 터만 남게되면서, 오히려 그 공간은 더욱 선명한 기억의 장소로 되돌아왔다. 물리적 장소가 소멸한 후 비로소 그릴 수 있게되었다는 사실은 기억과 상실, 그리고 회화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이어온 창문 시리즈와 더불어 외갓집의 풍경을 담은 신작들이 함께 소개된다. 창문은 단순한 건축적 요소가 아닌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감각의 경계로 기능한다. 작품 속 풍경은 내면에서 반복적으로 되돌아오는 정서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것으로, 외부의 풍경이 기억과 감정을 통과하며 또 다른 풍경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Where Light Lingers》는 사라진 장소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것은 한때 안식처였던 공간이 물리적으로 소멸한 이후에도 빛과 감각의 형태로 마음속에 머무는 방식을 바라보는 일이다. 기억 속 풍경들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변형되고 축적된 감각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빛이 머물렀던 자리, 그리고 그 빛이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순간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도이다. *출처: 오브제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