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파이프갤러리는 10월 30일부터 11월 28일까지 차승언(b.1974)의 개인전 《Domestic Resurrection》을 개최한다. 차승언은 직조(weaving)의 기법을 통해 20세기 추상회화의 조형 언어와 섬유의 물성을 결합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현대미술과 공예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직조를 회화적 매체로 확장하는 실험적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베틀에 실을 끼워 넣기 전, 실을 정리하는 과정인 ‘정경(整經)’ 단계에서 형성되는 얼룩의 우연성과, 그 위에 설계되어 짜이는 패턴의 질서가 맞물리며 독특한 회화적 층위를 이룬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화의 물질성과 시각적 질감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며, 회화의 확장된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그는 회화와 직물, 우연과 질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직조된 캔버스’를 창조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작가의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천들을 재료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물려받거나 버려진 '죽은 직물(dead fabrics)' 중 일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그 조직을 분석하고, 그 구조를 따라 다시 직조하는 과정을 거쳐 재탄생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인다. 일부 작품은 자카드 직조와 디지털 알고리즘을 활용해 추상회화의 영역으로 확장되며, 입지 않게 된 옷이나 오래된 린넨 식탁보는 해체되고 다시 이어 붙여져 설치작업으로 제시된다. 또한 제주도에서 수거한 침구를 재생사로 변환해 직조한 신작도 함께 전시된다. 이처럼 과거의 직물이 지닌 시간의 흔적은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짜이며, 물질과 기억의 층위가 새로운 형상으로 되살아난다. 전시 타이틀 《Domestic Resurrection》은 미국 버몬트에 기반을 둔 실험극단 Bread &; Puppet Theater의 행사 'Domestic Resurrection Circus'에서 차용되었다. 이 극단은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공동체 정신과 사회 비판의 형식 속에서 구현하며, 예술을 사회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해왔다. 차승언은 1997년 여름 이 공동체에서 견습생으로 지내며, 예술이 제도적 틀을 넘어 일상과 맞닿는 방식을 직접 체험했다. 평화, 자율, 자급자족, 단순함을 지향하는 그들의 가치관은 작가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고, 이는 더 나아가 예술과 삶, 물질과 영성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작고 낡은 천 조각을 마주하며 한국 초기 기독교의 '쪽복음(Gospel Leaflet)'을 떠올린다. 19세기 말 서양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성경의 일부를 한글로 번역해 소책자 형태로 배포했던 쪽복음은, 성경 전체를 가질 수 없던 시대의 간절한 신앙과 기억의 매개였다. 작가는 이 절실함의 정신을 낡은 천 조각의 상징성과 겹쳐 읽는다. 부족했기에 절실했고, 희소했기에 오래 기억되었던 이 매개들은 물질이 지닌 정신적 잔향을 환기한다. 나아가 이번 작업은 산업혁명 이전의 삶을 회복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기계화 이전의 직물은 한 가정의 시간과 노동이 응축된 산물이었으며, 닳으면 기워 쓰고 다시 짜며 세대를 이어갔다. 작가는 이 전통적 시간성과 노동의 윤리를 소환하며, 과잉 생산과 소비, 편리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되묻는다. 이처럼 쪽복음의 절실함과 산업혁명 이전의 정신은 소박하고 검소한 삶에서 형성된 인간의 노동에 깃든 신념과 정신, 즉 물질과 정신이 맞물리는 숭고한 실천의 형태로 이어져 있다. 물려받은 수많은 직물 중 일부를 선택해 그 조직을 관찰하고, 섬유의 구조를 분석한 뒤 이를 따라 다시 짜는 행위는 과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동시에, 그것이 현재에 놓인 위치를 새롭게 사유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재직(再織)의 행위는 ‘기억의 코드’를 해독해 다시 구성하는 동시에, 버려지지 못한 시간의 잔여를 복원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작가에게 '부활(Resurrection)'은 죽음 이후에만 가능한 것이며, 이번 전시에 사용된 직물들은 더 이상 양복이나 한복으로 기능할 수 없는 '죽은 천'으로서 이후의 재생, 곧 '부활'의 상장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들은 직조와 회화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부여받으며, 사라진 것과 되살아나는 것 사이의 경계에서 남겨진 시간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파이프갤러리는 10월 30일부터 11월 28일까지 차승건(b. 1974)의 개인전 '국내 부활'을 선보인다. 차승건은 직조 기법을 통해 20세기 추상화의 형식적 관용구와 직물의 물질적 감성을 융합한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개발했다. 현대 미술과 공예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가는 회화적 매체로서 직조를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실을 베틀에 놓기 전에 정렬하고 정리하는 과정인 날실 단계에서는 우연히 나타나는 얼룩과 불규칙성이 계산된 직조 패턴의 순서와 얽혀 독특한 회화 지층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차씨는 물질성과 시각적 질감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회화에 대한 확장된 개념을 제시합니다. 직물과 이미지, 우연과 질서의 경계 사이를 오가며 작가는 자신만의 형태인 "짠 캔버스"를 만듭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작가의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직물로 시작된다. 차는 선택된 "죽은 직물", 즉 버려지거나 전해진 직물을 미세한 구조를 관찰하고 직조 시스템을 재구성하여 조사하고 다시 직조합니다. 일부 작품은 자카드 직조와 디지털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추상화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반면, 낡은 의복과 오래된 린넨 식탁보는 해체되어 설치물로 재조립됩니다. 새로 제작된 작품에는 제주도에서 수집한 버려진 침구로 재생된 실로 만든 직조 작품도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래된 직물에 내재된 시간적 흔적이 작가의 손을 통해 다시 짜여지며 물질과 기억의 층을 새로운 형태로 되살린다. 전시 제목인 '국내 부활'은 미국 버몬트에 본사를 둔 실험 연극 집단 브레드 앤 인형 극장이 주최한 국내 부활 서커스에서 차용한 것이다. 극단은 오랫동안 공동체 정신과 비평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구현해 왔으며 예술을 사회적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1997년 여름, 차씨는 이 공동체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며 예술이 제도적 틀을 뛰어넘어 일상생활과 융합될 수 있는 방식을 직접 경험했다. 평화, 자율성, 자급자족, 단순함 등 그들의 가치는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예술과 삶, 물질과 영성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씨는 19세기 후반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어로 인쇄하여 배포한 성경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작고 낡은 천 조각을 발견한다. 성경 전부를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대에, 이 소책자들은 초기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믿음과 기억의 그릇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헌신의 정신을 오래된 직물 조각의 상징적 존재에 투영합니다. 희소한 것은 소중해졌고, 연약한 것은 기억을 통해 견뎌냈다. 이러한 매개성 물질은 물질에 내재된 영적 공명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일련의 작품은 또한 직물이 가정의 압축된 시간과 노동을 구현하여 수선하고, 다시 짜고,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졌던 산업화 이전 생활로의 회귀를 향한 제스처를 취합니다. 노동의 이러한 시간적, 윤리적 차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차는 과잉생산, 소비, 편의에 대한 인류의 욕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식으로 복음 전단지의 경건한 열정과 산업화 이전 생활의 정신은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얽혀 있는 단순함과 검소함에서 태어난 숭고한 실천으로 수렴됩니다. 작가는 물려받은 직물 중에서 그 구조를 관찰하고, 섬유를 분석하고, 다시 짜서 과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재창조하고 다시 생각한다. 이러한 재짜는 행위는 '기억의 코드'를 해독하고 재구성하며, 시간이 남긴 것을 복원하고자 한다. 차씨에게 부활은 죽은 후에야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직물은 더 이상 양복이나 한복으로 기능할 수 없으며, 환생의 상징으로 서 있다. 직조와 회화의 결합을 통해 한때 생명이 없었던 이 직물은 새로운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받고, 소멸과 귀환 사이의 시간적 문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출처 : 파이프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