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갤러리에스피(Gallery SP)는 5월 8일(목)부터 6월 7일(토)까지 작가 안은샘, 이동훈, 임창곤이 참여하는 그룹전, «크러쉬 존(CRUSH ZONE)»을 개최한다. 안은샘, 이동훈, 임창곤은 움직이는 대상을 회화와 조각이라는 고정된 매체에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들은 연속적인 시간을 직접 기록하는 영상 매체 대신, 운동하는 존재를 손으로 조각하고 그려내며 정지된 형식 안에 다층적인 시간을 구현해 왔다. 전시는 이러한 서로 다른 움직임과 궤적이 충돌하며 생성하는 긴장과 에너지를 담아낸다. ‘크러쉬 존(CRUSH ZONE)’은 ‘작은 공간 안에 밀어 넣는다’, 또는 ‘으스러뜨린다’는 뜻의 ‘크러쉬(Crush)’와 구역을 뜻하는 ‘존(Zone)’을 합성한 말로,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세 작가가 형성한 복수의 공간과 역동적인 현장을 비유한다. 전시에서 포착되는 각각의 움직임은 고정된 형태 속에서 살아 있는 동세를 담고 있으며, 그 흐름은 전시 공간 안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임창곤은 피부 아래 떨리는 근육과 내장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이동훈은 동식물과 인물의 동세를 통나무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안은샘은 풍경 속 존재들의 궤적을 기하학적 조형으로 치환한다. 세 작가는 몸의 미세한 움직임에서부터 삶과 맞닿은 세계까지, 생동하는 순간들을 작품 속에 새긴다. 전시장에서 다른 속도와 운동감을 간직한 이 형상들은 서로의 영역을 간섭하며, 어느 지점부터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전시의 초입부터 마지막까지, 급격한 이미지의 전환과 예측할 수 없는 공간의 변화를 겪으며, 전시장 곳곳에 편재하는 생동감을 조우하게 된다. 참여 작가들이 포착하는 움직임의 흔적과 중첩된 형상은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주의 미술의 형식과 흡사한 지점이 있다. 당시 미래주의 작가들은 기계 문명의 속도감과 연속적인 동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반복된 선, 분절된 이미지 등을 사용했다. 그러나 «크러쉬 존»이 주목하는 운동성은 그와는 결을 달리한다. 본 전시는 기계의 진보와 파괴를 찬미했던 미래주의와 달리,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간과되어온 생명의 미세한 동세, 살아 있는 존재들의 감각적 리듬에 집중한다. 따라서 이 전시는 미래주의의 조형 언어를 비틀어, 오히려 생명의 시간을 되살리고 회복하려는 오늘날의 태도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매체와 조형 방식을 통해 존재의 운동성을 새롭게 사유하고, 일상 속에서 포착되지 않는 생명의 흐름과 리듬에 주목하고자 한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며 점차 둔감해진 감각을 환기시키고, 작고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도 삶의 진동을 발견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존재들이 지닌 유동성과 힘을 새롭게 인식하게 할 것이다. 유동하는 형상들의 교차를 통해 무뎌졌던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전시 «크러쉬 존»은 총 11점의 회화, 9점의 조각 작품, 그리고 8점의 판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6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