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우리가 만나는 세상의 모든 작품들의 탄생 이전에는 예술가의 생각과 마음이 있었다. 예술가의 내면에 있던 무형의 무엇을 유형의 무엇으로 옮겨 가는, 창작이라는 여정의 첫걸음이 있다면 바로 드로잉일 것이다. 이 통로를 지나며 시각 예술의 차원으로 옮겨온 의도와 심상은 돌고 돌아 우리에게까지 도착한다. 아직 섬세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기에 생생하며 순수한 드로잉은 한때 본격적 작업의 이전 단계에서 가벼이 그리는 밑그림이었겠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온전한 작품의 한 형태가 되었다. 드로잉의 이러한 성격은 삶의 파도를 헤쳐나가며 한 사람으로 성숙해가는 시점을 겪는 청년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들 모두 누구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에. 이처럼 생동하는 봄과 닮은 다섯 명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 드로잉전을 기획하였다. 김나현, 김성희, 김연우, 수지, 임종연 작가의 솔직한 필치를 담은 (My Drawing)전이 2024년 3월 19일에서 3월 30일까지 레이프로젝트서울에서 진행된다. 작가들에게 드로잉이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나무와 나무 표면을 집중해서 그리는 김나현 작가에게 드로잉이란 가볍고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창구이다. 여러 순간들을 반듯하게 다듬고 포개서 상자에 쌓는 김성희 작가는 드로잉이라는 행위로 어딘가를 채우거나 비운다. 떠도는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로 끌어와 재구성하는 김연우 작가는 집중과 실험이 뒤섞인 편하면서도 기묘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감정들이 떠돌며 비워지고, 차오르고 부서지기를 반복하는 내면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작업을 하는 수지 작가의 드로잉은 산책 중 주워 온 것들을 가방에서 쏟아내는 행위와 같다. 임종연 작가에게는 이미지 조각을 모아 엮어 만들어낸 보관함이 드로잉이 된다. 드로잉은 붓을 쥔 누군가를 관통하는 순간의 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부피와 무게를 지닌 한 육체에 실린 힘을 그대로 녹여낸다. 이렇게 한 작가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My Drawing)전에서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글 김지연 (출처 = 레이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