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천천히 세상을 배회하던 누군가의 눈길이 한 군데에 사로잡혀 가만히 멈춰 있다. 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눈에 보이는 어떤 형상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시선이 그곳에 머문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선이 머무는 곳은, 그곳 너머에 있다. 김지우, 정재희 두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울림을 느낄 수 있는 <머무는 시선>전이 2024년 1월 23일부터 2월 3일까지 레이프로젝트서울에서 진행된다. 우리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 안에는 숨은 의도가 있고, 드러난 얼굴 표정 안에는 감정이 들어 있다. 또한 모든 이들에게 스치는 단편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경험과 살아온 삶이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표면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무언가를 그려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김지우의 시선은 우리의 하루하루 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함께하는 어스름한 구름과도 같은 영원한 진리에 머물고, 정재희의 시선은 우리의 이성으로 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무의식에 머문다.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감각을 만끽할 수 있게 된 지금, 때로는 눈에 보이는 정보와 자극이 풍족함을 넘은 피로가 되어 다가온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멍하니 작품을 바라보다 찾아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아닐까?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 찬 세상 속에 살던 당신에게 이번 전시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깊은 숨을 꼼꼼히 내쉬며 멍하니 머물러 바라보는 쉼의 기회가 되길, 작가들의 시선과 당신의 시선이 맞닿아 마침내 그 세계가 완성되길 바란다. 글 김지연 (출처 = 레이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