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우리의 일상에는 기억과 정보, 물질들이 즐비하다. 이것들은 가벼운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지거나, 차츰 무게를 가지며 가라앉기도 한다. 여기서 던져지는 이미지들을 줍는 두 명의 집요한 수집가들이 있다. 두 작가는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를 벽돌 삼아 화폭 위에 집을 짓는다. 작가 김서연과 윤수지가 참여한 <걷다가 지은 집>전이 레이프로젝트서울에서 2023년 12월 1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진행된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사진들은 디지털 세상 속을 떠다니며 색이 바래고 깎인다. 최초에 그 사진들이 누군가의 감정과 추억 또는 생각이나 의도를 담았을지언정, 그렇게 가벼워진다. 김서연은 알고리즘에 몸을 맡긴 채 표류하다 결국 자신에게까지 온 이미지에 다시금 무게를 실어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 알고리즘이 인간과는 다른 맥락으로 데이터를 분류하여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데에서 작가는 새로운 맥락을 발견했고, 실제로 만질 수 없는 이 비물질적 정보들을 회화로 옮기며 물질적인 속성을 부여한다. 무게가 없이 가벼워진 이미지들이 캔버스와 물감을 매개로 무거워지는 데서 생겨나는 생소한 무게감의 충돌이 재미있는 지점이다. 길을 가다 보이는 집의 창문을 통해 그 집에는 어떤 사람이 사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듯이 사람의 눈을 통해 그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꽃과 나무, 물건들도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어 그것을 관찰하다 보면 만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윤수지는 이런 표정들을 재해석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영화를 볼 때보다 소설을 읽을 때 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듯, 윤수지의 작품 속 어두운 색의 눈동자나 창문, 사물의 얼굴들은 제한적인 감각을 제공함으로써 각자가 해석하고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낸다. 윤수지의 시선이라는 창을 통해 새롭게 바라본 대상들의 창, 그 너머의 은밀한 이야기를 발견해 보자. 글 김지연 (제공 = 레이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