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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감민경: 슬픈 젖꼭지
Exhibition Poster
기간| 2023-11-24 - 2023-12-22
시간| 13:00 - 18:00
장소| 더 소소/서울
주소|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4-5층
휴관| 월, 화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감민경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 갤러리 소소)

  • 전시전경

    (출처 = 갤러리 소소)

  • 전시전경

    (출처 = 갤러리 소소)

  • 전시전경

    (출처 = 갤러리 소소)
  • 			들개처럼
     
    전희정(갤러리 소소)​
     
     
              화면 가운데의 밝은 한 점에서 시작되는 소용돌이 구름이 바깥으로 퍼질수록 꿈틀대며 하늘에 불온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장지의 섬유 한 올 한 올을 목탄을 휘둘러 일으키고 눕혀가며 전투적으로 그리는 모습이 떠올려지는 감민경의 대형 신작 <미스리, 들개>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양쪽 가장자리의 강렬한 이미지에 눈길이 사로잡힌다. 이글이글 타는 눈빛으로 사납게 이를 드러내고 있는 들개 떼들. 들개들은 소용돌이를 따라 웅성거리며 어느 한 마리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엇인가를 향해 입을 벌리거나 알 수 없는 것을 사나운 주둥이로 꽉 물고 있다. 한 몸인 것처럼 엉켜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해 혹은 미지의 상대를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 들개들은 정중앙에 희미하게 그려진 한 여성의 얼굴을 더욱 아련하고 덧없어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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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중앙이 아닌 주변에 그 힘을 온전히 내어준 이 작품처럼 감민경의 작업은 일반적인 구도와 배치에서 빗겨나 있다. 그것은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종이에 유화를 그리거나 천에 목탄으로 그리는 화면의 재질에 대한 작은 뒤섞임부터 시작해서 화면 위에 크기가 다른 화면을 덧붙이거나 한 작품을 이루는 두폭의 종이 길이를 다르게 하여 어긋나게 만들기도 한다. 표현 방식을 들여다보면 대상을 묘사하지만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게 하거나 기이하게 왜곡하고, 작가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푸마토 기법처럼 불명확한 윤곽선을 적은 수의 색으로 마무리한다. 여기에 묘사된 대상의 직접적인 특징보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이해되는 제목까지 더해져 작품들은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감민경만의 모호한 영역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작품의 소재나 주제에 대한 명료한 정의와는 거리를 둔 작업을 지속해온 그녀가 작년 부산 비엔날레에서는 강한 서사를 보여주는 작품을 제시한 바 있다. 직접적인 개인사와 사회적 함의를 드러내었으며, 무엇보다 화면의 구성과 묘사가 작품이 주는 인상을 매우 강렬하게 했다. 이후 1년여를 준비한 이번 개인전은 그녀가 만들어 왔던 모호한 영역에 대한 하나의 선언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껏 보이지 않는 경계 사이를 끝없이 걸어온 감민경은 이제 모호함 그 자체가 길임을 분명히 한다. 그녀는 마치 <미쓰리, 들개>의 들개처럼 주변에서 중앙을 간절하게 노리기도 하고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하며 경계의 영역을 넘나든다. 들개는 버려졌거나, 혹은 야생에서 태어났지만 늑대가 아닌 개의 속성으로 안전한 둥지를 찾아 서성이다가도 막상 누군가 손을 내밀면 위협하며 경계하는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 경계를 끝없이 떠도는 들개처럼 감민경은 규명되지 않는 존재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경계가 가진 모호함에 대한 분명한 관심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여성의 신체 일부를 커다란 화면에 넘치게 그린 작품들이다. 너무나 거대해서 마치 산처럼, 들처럼, 평원처럼 보이는 신체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하나의 소우주가 된 작업은 감민경이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은 어딘가 더 음험해 보인다. <나의 지구> 구석에는 알 수 없는 일렁임이 있고, 들개들이 뭉쳐있기도 하다. 세폭의 캔버스로 구성된 커다란 <버블>은 작가가 밝혔듯 삼각으로 꼬인 거대한 다리가 방파제에 쌓여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연상시키게 의도적으로 그려졌는데, 낚시꾼들이 발을 헛디뎌 빠지면 나올수 없다는 죽음의 트랩으로 알려진 바로 그것이다. 작품에 도사린 위험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소우주로서 완전한 존재가 된 자의 극도의 외로움과 한편으로는 소우주와 하나가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린 존재의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감민경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을 규정하는 경계선 위에 선 모든 존재들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전시 제목 《슬픈 젖꼭지》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슬픈 젖꼭지 증후군’이라는 명확한 의학용어가 아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불명확한 소문과도 같은 용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여성이 수유를 할 때 도파민의 불안정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우울과 공허를 느낀다는 것에서 유래된 이 증후군은 남녀 구별없이 누군가 자신의 젖꼭지를 건드릴 때 만족감 이후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함과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공허를 가리킨다고 한다. 젖꼭지라는 내밀한 부위가 누군가에 의해 건드려져 나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극단적인 감정이 드는 것은 그 경계의 역할이 만드는 필연적인 반응으로 보인다. 경계는 나를 나 자신으로 있게 하지만 동시에 혼자여서 두렵게 하고, 그 경계를 허물어 누군가와 하나가 되면 나를 잃는다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용어의 유래가 가진 부정확함과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용어에 대한 신체적이고 심리적이며 감정적인 증언이 그녀에게 전시제목으로 선택된 이유일 것이다.
     
              작가는 이 제목처럼 경계 주변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다. 마치 들개처럼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하지만 그 손을 물어뜯을 것 같은 양가감정은 거대한 등이 거꾸로 매달린 형상인 <박쥐>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척추를 따라 두쪽으로 갈라져 흔들거리는 장지는 어느곳에나 속해있고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의 흔들림 같다. 사납게 짓고 커다랗게 몸을 부풀리지만 들개처럼 그저 경계에서 서성일 뿐이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사는 모습이 들개같지 않냐고. 문득 들개에 둘러쌓여 저멀리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미쓰리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가는 미쓰리가 일종의 이상형으로 상정한 대상이라고 했다. 즉 들개들이 찾아헤매는 이상의 존재인 것이다. ‘다방레지’로 일하며 작은 마을을 활보하는 앳되고 예쁘장한 시골 아가씨. 미쓰리는 마을 남자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 역시도 미지의 성공을 꿈꾸며 그 곳에 속하기 위해 주변을 끝없이 헤매던 들개는 아니었을까? 모두가 서로의 미쓰리인지도 모른채 사는 들개들은 아닌걸까?
     
              들개처럼 작품 사이를 걸어본다. 작품을 물어뜯을 듯 쳐다보다가도 어느 순간 겁을 먹고 물러선다. 커다랗게 움추린 등에서 슬픔에 공감하다가 문득 든 낯선 느낌에 다시 두려워진다. 이렇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지만 어디에든 소속된 것 같은 모호한 느낌으로 인간은 살아간다. 감민경은 그 모호함의 근원을 찾아 킁킁 냄새를 맡고, 발톱으로 박박 긁고, 뾰족한 주둥이로 바닥을 파헤치며 나아간다. 그것은 결코 화려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으며, 안전하지 않다. 그 안전하지 않은 길을 그녀는 들개처럼 간다.
    
    (출처 = 갤러리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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