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일러스트레이션 Illustration 기반의 작업이 회화 Painting 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단순히 작업 방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모니터와 마우스에서 캔버스와 붓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오히려 아주 사소한, 어쩌면 그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표현의 수단과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본질은 창작에 있고, 이를 뒤따르는 수많은 질문이 있다. 회화는 그 목적과 대상, 그리고 방식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작가에게 요구한다. 여기에 시간의 속성이 더해져 대부분의 작업은 결과이면서 동시에 과정이다. 기약 없는 이 과정을 감내하고 즐길 수 있는 작가들은 회화 작품을 창작한다. 드로잉메리(이민경) 작가는 즐거움을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통칭 메리 Mary 라 부르며,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위주의 스토리텔링과 작화 스타일로 관객과 소통해왔다. 그렇게 수년간 반복했던 작업을 바탕에 둔 작가가 회화를 앞에 두고 긴 고민에 빠졌다. 창작에 뒤따르는 회화의 질문을 마주한 작가는 수년간 그려온 자신의 그림을 되돌아보며 답을 찾았지만, 오히려 길을 잃었다. 늘 즐거움을 이야기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했고, 오랜 작업으로 얻은 노하우는 오히려 한계를 실감케 했다. 그렇게 이번 전시에서 메리는 잠시 그 모습을 감추기로 마음먹었다. 메리는 어디에 있는가. 작가는 물리적으로 숨은 메리가 될 수도, 감정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Merry 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여전히 그녀의 작품에는 메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메리를 대하는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는 것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전시가 그녀만의 메리를 찾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첫 과정을 관객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감사한다. 더불어, 일러스트레이션과 회화의 경계에서 여전히 고민하고 망설이고 있을 많은 작가들에게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출처 = cda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