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1.12.17 - 2022.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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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1:30 - 18:30 (휴관 없음) |
장소| | 인디프레스갤러리/서울 |
주소| | 서울 종로구 통의동 7-25 |
휴관| | 월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70-7686-1125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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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정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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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공간 안에 기억을 담다 풍경의 겹침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서울에 살면서 한강을 건넌 횟수는 모르긴 몰라도 족히 수천 번은 될 것이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한남대교를 하루 두 번 꼬박꼬박 건너다녔고, 대학교 시절에는 국민학교 때만큼 성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강을 건너지 않는 날이 이틀은 넘지 않았다. 한강이 없는 서울의 풍경은 상상하기 힘들다. 기억한다. 출근하는 어른들 틈에 보온도시락을 껴안고 끼어 선 어린 내 눈 앞에서 아침볕을 조각조각 부수며 빛나던 강물을. 한번 지나간 강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때의 그 한강은 지금도 여전하다. 「2021년 동호대교」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알았다. 서울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한강이다. 백악산과 인왕산 자락에 살며 수시로 야경을 보러 오르기도 했고, 남산 중턱에 자리잡고 틈날 때마다 남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기도 했지만 서울의 전모가 이렇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은 내려다보기에는 너무 큰 도시다. 내려다볼 때는 조각조각 나뉘었던 도시가 한강에서 바라보니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 작품은 나를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동호대교 초입에 순식간에 세워놓는다. 사진으로는 맛볼 수 없는 감각이다. 사실 우리의 시야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한 곳에 오래 붙들리지 않는다. 한눈에 보이는 경계는 사진의 프레임을 한참 넘어선다. 사진은 그중 극히 작은 한 부분을 과거의 한 순간에 고정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1년 동호대교」은 일상에서 우리가 풍경을 "본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다시 일깨워준다. 잘 닦인 넓은 앞유리창 이편엔 사람들이 있다. 운전의 편의를 위해 기능적으로 설치된 백미러에 졸거나 핸드폰을 하고 있는 승객들의 얼굴이 비친다. 그러나 내가 차 안에 있다면, 내 시선은 주로 창 너머를 향할 것이다. 풍경은 납작한 한 장이 아니다. 몇 겹의 풍경들이 또 몇 겹의 풍경 위에 겹쳐있다. 세간에서는 "좋은 전망은 일곱 구비 능선을 바라본다"고 한다던가. 그렇다면 이 자리야말로 명당 중의 명당이리라. 앞 차에서 이쪽을 돌아보는 아이는 심심하다. 운전하는 남자는 끼어들기를 노리며 뛰어든 오토바이가 신경쓰이고, 오토바이를 탄 남자는 마음이 급하다. 얼른 털어버려야 할 짐이 등 뒤에 바짝 붙어있다. 아이가 뒤돌아보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본다면, 세상 신기한 듯 내다보는 강아지와 눈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앞에 끼어들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건너편 버스에 탄 사람들도 핸드폰 속이거나 창밖이거나, 자기만의 풍경에 들어앉아 같이 있지만 또한 혼자 있다. 한강을 건너는 것은 차만은 아니다. 자전거와 사람들도 부지런히 제 갈길을 간다. 저 멀리, 지나가는 자전거를 향해 사람 품에 안겨 길가던 개가 성을 낸다. 최호철의 풍경에는 개의 구겨진 미간까지 담겨있다. (...) (출처=인디프레스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