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유선욱(해움미술관 큐레이터) 해움미술관 2018년 두 번째 기획전 지역콘텐츠 연계 기획 <외곽의 지층들>전시가 오는 6월 8일(금)부터 7월 20일(금)까지 전시된다. 전시는 켜켜이 쌓인 도시 외곽의 지층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판(plate)에 새기고 기록한 이상국화백, 김홍식, 배남경, 정상곤, 차민영 다섯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판화의 매체적 특성인 ‘틈의 흔적’은 표현의 층위에 새겨지거나 남겨진 이미지 라는 점에서 도시풍경의 ‘흔적’ 과 ‘층’의 개념을 확장시킨다. 전시는 전통 목판화부터 판화의 다양한 방법론적 시도를 보여줌으로서 도시풍경과 판화 사이의 미적가능성을 제기하고 변증법적 사유를 제시한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산업혁명 이전 도시들은 ‘성곽도시’라고 불리는 방어형 도시였다. 성곽도시는 전통적으로 뚜렷한 ‘경계’와 ‘영역’을 갖는 폐쇄적 공간구조를 갖는데, 성벽은 군사행정을 위한 건조물인 동시에 안과 밖을 분리해 도시 안의 재화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으며, 성문은 그 흐름을 관리하는 수단 이었다. 근대에 이르러 도시외곽에 세운 통제기구인 성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도로가 놓이게 되면서 도시의 형태와 구조는 변혁을 이루게 되었다. 근대성은 자본주의적 출현과 함께 사회과정 속에서 형성된 총체적인 생활경험과 양식을 의미한다. 도시는 근대성의 산물이자 산실이라 볼 수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등 거대한 근대화 물결을 형성하고, 도시는 자본의 순환을 가속시키기 위한 구조로 재편된다. 도시풍경의 외연적 확장과 팽창이라는 이면에는 도시로부터 빈민 추방이라는 부분이 늘 자리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은 도시 내에 계급구조를 형성하고, 이러한 도시의 아비투스 과정에서 빈민들은 도시 변두리로 내몰리는 것이다. 나아가 도시화의 압도적 진전과 물신주의적 조건 속에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은 점차 도시적인 것의 틀 속에 갇혀 지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도시풍경과 도시문화는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 서로 다른 층들의 작용하는 힘이 다른 것처럼 도시는 장소마다 시대마다 다른 과거의 지층 위에 서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층들이 조우하면서 드러난 도시의 변증법적 이미지는 그 도시의 풍경을 만든다. 자본주의적 도시화는 층들을 균질하게 재편하면서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의 흔적을 지우지만, 도시화를 빗겨간, 내몰린, 도심외곽의 지층들은 유기적으로 살아오면서 시간과 공간 사이 여러 단계의 궤적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곳이다. 역사적 기억과 삶들이 공존하는 도심외곽에 대한 사유는 현대도시의 자장 속으로 속절없이 편입해 들어가는 것이 아닌 비-도시적인 삶에 대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