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나는 세상을 큰 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원안에서 살고 있다. 수많은 원의 테두리 주변을 배회하며 원과 원의 접점을 혹은 좀 더 크고 완만한 곡선을 찾아가기도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많은 경계가 존재하는 세상은 원의 안과 밖을 구분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원의 중심이라면, 그 경계지점은 희미하거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경계에 가까이 가더라도 원의 크기가 커질수록 곡선의 휘어짐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내부와 외부를 구분 짓는 것은 하나의 얇은 선이지만,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는 없다. 원의 외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원의 크기가 커질수록 내부에서 외부로 밀려나는 대상들은 늘어난다.
원의 안과 밖을 감싸는 팽팽한 긴장감, 내려오면 올라갈 수 없는 불균형, 일회성을 위한 소비, 원의 외부로 밀려나 버린 대상. 이들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